동그란 안경에 빨간 목도리, 우리 집 문학 소년
날이 쌀쌀해져서 우렁이 옷장을 가을로 갈아입혔어요.
여름 내내 선글라스였거든요. 10월에 선글라스는 좀 그렇잖아요. 옷장을 열어서 이것저것 대 보다가 동그란 안경에 빨간 목도리 조합에서 멈췄습니다.
이건 뭐랄까, 헌책방에서 시집 고르는 애예요. 도서관 창가 자리에 매일 앉아 있는 애. 한눈에 반했어요.
문학 소년의 방
- 왼쪽: 책장 (당연히)
- 오른쪽: 티테이블 (차 마시며 읽어야 하니까)
- 벽장식: 작은 창문
- 벽지: 크림
- 바닥: 원목 마루
- 러그: 동그란 러그
화려한 건 하나도 없는데 제일 마음에 드는 방이 됐어요. 창문 옆에 책장이 있으니까 오후 햇살 들어오는 느낌이 나요.
누르면 '말랑말랑' 하는데, 안경 쓰고 그 말을 하니 무슨 시구 같아요. 말랑말랑. 가을에 어울리는 말이에요.
옷 후보로 끝까지 고민한 것들도 적어 둬요.
- 털모자 + 빨간 목도리: 귀엽지만 한겨울용이라 아껴 둠
- 동그란 안경 + 나비넥타이: 교수님 같아서 탈락
- 천사 고리 + 빨간 목도리: 뭔가 이상해서 탈락ㅋㅋ
저는 책을 못 읽은 지 꽤 됐어요. 글자가 눈에 안 들어오는 시기가 길었어요. 우렁이 책장을 보다가 어제 서랍에서 얇은 시집을 꺼내 딱 한 편 읽었어요. 한 편은 읽히더라고요. 오늘도 한 편만 읽을 생각이에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