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고구마 캐러 갔다가 허리를 얻어 왔습니다
호미질 두 시간에 사무직 몸이 항복했어요.
지난 주말에 부모님 댁 밭에 고구마를 캐러 갔어요. 부모님이 두 분이서 하시겠다는 걸 제가 간다고 우겼거든요. 솔직히 효도보다는 도망에 가까웠어요. 요즘 회사 일이 머리에 꽉 차서 주말에도 노트북을 못 닫고 있었는데, 밭에는 와이파이가 없으니까요.
아침 일곱 시에 장화 신고 나갔어요. 안개가 밭고랑에 낮게 깔려 있었고, 풀잎마다 이슬이 맺혀서 바지 밑단이 금방 젖었어요. 멀리서 누가 깨 터는 소리가 났고요.
먼저 줄기를 걷어 내고, 호미로 둘레를 살살 파요. 급하게 찍으면 고구마에 상처가 나서 아버지한테 혼나요. 저는 처음 30분 동안 세 개를 찍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그 세 개를 따로 빼 두셨어요. '이건 오늘 쪄 먹자' 하시면서요.
신기한 게, 흙을 파는 동안은 회사 생각이 하나도 안 났어요. 머리로 하는 걱정은 손이 바쁘면 끼어들 자리가 없더라고요. 흙 속에서 자줏빛이 보일 때마다 보물찾기처럼 신났고요.
점심은 밭둑에 앉아서 엄마가 싸 온 김밥이랑 방금 찐 고구마. 손톱 밑에 흙이 낀 채로 먹었는데 올해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지금은 월요일이고 허리가 안 펴져요. 파스 두 장 붙이고 출근했어요. 그래도 주말 내내 한 번도 메일을 안 열었다는 게 저한텐 기록이에요. 다들 머리 비우고 싶을 때 손으로 뭐 하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