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기실에서 40분 동안 본 것들
오늘은 진료 날이었고, 예약 시간보다 40분을 더 기다렸어요.
한 달에 한 번 가는 날이에요. 처음 다닐 땐 대기실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누가 나를 알아볼까 봐 모자를 눌러 쓰고 휴대폰만 봤거든요. 여덟 달쯤 되니 이제는 주변이 보여요.
오늘 대기실 풍경
- 창가 화분의 고무나무. 지난달보다 잎이 두 장 늘었음
- 정수기 옆 종이컵 탑. 누군가 반듯하게 다시 쌓아 놓음
- 교복 입은 학생과 엄마. 둘 다 말이 없는데 엄마가 학생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고 있음
- 양복 입은 아저씨. 다리를 계속 떨다가 이름 불리자 넥타이를 고쳐 맴
- 뜨개질하는 할머니. 대기 시간이 긴 걸 아시는 베테랑
- 접수대 선생님의 '오래 기다리셨죠'. 오늘만 열 번은 들음
앉아서 이걸 보는데, 다들 그냥 보통 사람들이더라고요. 당연한 말인데 처음엔 그게 안 보였어요. 여기 오는 사람은 뭔가 큰일 난 사람이고 저도 그렇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진료는 7분쯤 걸렸어요. 요즘 잠은 어떤지, 아침에 일어나는 건 어떤지. 지난달보다 조금 낫다고 말씀드렸고, 선생님은 '조금이 중요한 거예요' 하셨어요.
나와서 약국 들렀다가 버스 타는데, 한 달 치 숙제를 낸 기분이었어요. 홀가분하고, 약간 허무하고, 배가 고팠어요. 그래서 김밥집 가서 라면에 김밥 먹었습니다.
병원 다녀온 날 다들 어떤 기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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