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일 얘기를 안 하게 됐습니다
엄마가 '오늘은 어땠니' 하고 물으시면 '그냥 바빴어'라고만 합니다.
인턴 때는 집에 전화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오늘 무슨 수술 들어갔다, 응급실이 어땠다. 그런데 지금은 할 수 있는 얘기가 거의 없습니다. 환자분 이야기는 당연히 못 하고, 제가 느낀 걸 말하려면 상황 설명이 필요한데 그게 안 되니까요.
문제는 가족이 서운해한다는 거예요. 동생은 '언니 요즘 벽 같아'라고 했습니다. 저는 지키려고 입을 닫은 건데 밖에서 보면 그냥 멀어진 걸로 보이나 봐요.
요즘 시도하는 것들입니다.
- 내용 말고 제 상태를 말하기. '오늘은 마음 쓰이는 일이 있어서 좀 가라앉아 있어' 정도.
- 병원 얘기 대신 병원 밖 얘기를 일부러 만들기. 주말에 본 영화, 점심에 먹은 것.
- 왜 말을 못 하는지를 한 번은 제대로 설명하기. 숨기는 게 아니라 직업상 약속이라고요.
세 번째를 하고 나서 엄마가 '그럼 힘든 건 누구한테 말하니' 하고 물으셨는데, 그 질문에 답이 바로 안 나왔습니다. 동기들, 수퍼비전.. 있긴 한데 충분한지는 모르겠어요.
다들 가까운 사람과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연인이나 배우자가 있는 분들은 더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