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3학기, 논문이 한 글자도 안 읽히는 주
책상에 앉아서 같은 초록을 스무 번 읽었어요.
이번 주 내내 그랬어요. 논문 PDF를 열어 놓고 첫 문단을 읽는데 눈만 지나가고 머리엔 아무것도 안 들어와요. 다시 처음으로 올라가서 읽고, 또 올라가고. 그러다 저녁이 돼요.
지난 학기까진 안 그랬거든요. 수업 세 개 듣고 연구실 프로젝트 두 개 하고 주말엔 실습 기관 가고, 그걸 다 해내는 제가 좀 대견하기까지 했어요. 방학 때도 안 쉬고 자료 수집을 했고요. 그러다 이번 학기 개강하고 3주쯤 지나서 갑자기 뚝 끊긴 느낌이에요.
처음엔 게을러진 줄 알고 저를 다그쳤어요. 일찍 일어나기, 카페 가서 하기, 타이머 맞추기. 다 해 봤는데 앉아 있는 시간만 늘고 읽히는 건 똑같았어요.
어제 연구실 박사 선배가 제 얼굴을 보더니 "너 지난 1년 동안 하루라도 통으로 쉰 적 있어?" 하고 물었어요. 생각해 보니 없더라고요. 쉬는 날에도 메일은 봤으니까요.
이번 주에 해 본 것
- 지도교수님께 이번 주 진도가 안 나갔다고 미리 말씀드림 (숨기는 게 더 힘들었음)
- 일요일 하루는 노트북을 아예 안 엶
- 학교 상담센터에 예약 신청함
교수님은 생각보다 담담하게 다음 주에 보자고 하셨어요. 제 머릿속에서만 큰일이었나 봐요.
아직 다시 읽히진 않아요. 일요일 하루 쉬었다고 돌아올 정도는 아닌가 봐요. 그래도 이게 의지 문제가 아니라 바닥난 거라는 걸 인정하고 나니까 저를 덜 미워하게 됐어요. 비슷한 시기를 지나 보신 분들, 얼마나 걸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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