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면담에서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한 날
오늘 보호자 면담에서 40분 동안 혼나기만 하다가 나왔습니다.
입원한 지 2주 된 환자분의 어머님이셨어요. '왜 아직도 좋아지지 않느냐', '약만 주는 거 아니냐', '선생님은 몇 년차냐'. 질문이라기보다는 쏟아내시는 거였는데, 저는 하나하나 설명으로 받아치려다가 점점 말이 꼬였습니다. 마지막엔 '교수님께 여쭤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세 번 했어요.
당직실에 와서 한참 멍하니 있었습니다. 억울한 마음도 있었고, 솔직히 몇 년차냐는 말이 제일 아팠어요.
저녁에 치프 선생님이 지나가다 물어보셔서 얘기했더니 이런 말을 해 주셨습니다.
- 그 어머님은 답을 들으러 온 게 아니라 무서워서 온 것일 수 있다
- 설명은 불안이 조금 내려간 뒤에야 들린다
- 처음 10분은 그냥 듣고, '많이 걱정되셨겠어요'를 진심으로 한 번 말해라
-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되, 언제까지 알려 드릴지를 같이 말해라
듣고 보니 저는 어머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제 방어를 하고 있었더라고요. 2주 동안 자식이 병동에 있는 부모 마음을 한 번도 그 자리에서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내일 다시 뵙기로 했는데 벌써 긴장됩니다. 그래도 내일은 먼저 듣는 것부터 해 보려고요. 보호자 면담 어려우셨던 선생님들, 어떻게 넘기셨나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