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갈 때도 정신과 약 먹는다고 말해요
감기로 동네 내과에 갔다가 '드시는 약 있으세요?' 에서 3초쯤 멈췄어요.
예전의 저는 '없어요'라고 했어요. 접수대 뒤에 사람들이 서 있고, 정신과 약이라는 말을 소리 내어 하기가 싫었거든요. 감기약 며칠 먹는 건데 뭐 어때 싶기도 했고요.
그러다 한번은 감기약을 먹고 하루 종일 심하게 졸렸어요. 원래 먹는 약도 졸린 편인데 겹친 거였나 봐요. 정신과 진료 때 그 얘기를 했더니 선생님이 '다른 병원에서 약 받을 땐 꼭 지금 드시는 약을 알려 주세요. 같이 먹을 때 조심할 조합이 있어요' 하셨어요.
그 뒤로는 말해요. 다만 입으로 말하기 민망해서 방법을 바꿨어요.
제 방법
- 휴대폰 메모에 먹는 약 이름 목록을 적어 두고, 진료실에서 화면을 보여 드려요.
- 약봉투에 붙은 약 설명 종이를 사진 찍어 둬요.
- 접수대에서는 '먹는 약 있어요, 진료실에서 말씀드릴게요' 까지만.
- 약국에서도 약사님께 '원래 먹는 약이 있는데 같이 먹어도 되나요' 하고 한 번 더 물어봐요. 약국에서도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을 확인해 주신대요.
- 치과, 피부과, 건강검진 문진표에도 적어요.
막상 말해 보니 내과 선생님은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아, 그럼 이건 빼고 드릴게요' 하시더라고요. 저만 크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직도 접수대에서는 좀 움츠러들어요. 그래도 내 몸에 들어가는 약은 한 사람이 다 알고 있어야 안전하다는 건 이제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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