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한 내담자 앞에서만 조급해지는 저를 봤습니다
그분 회기가 있는 날은 아침부터 어깨가 올라가 있었어요.
다른 내담자분들과는 침묵도 편하게 견디는데, 한 분 앞에서만 제가 자꾸 해결책을 내밀고 있더라고요. 숙제를 주고, 다음 주에 확인하고, 안 해 오시면 속으로 답답해하고. 녹음을 다시 들어 보니 제 말이 평소의 두 배였습니다.
처음엔 '이분이 변화 동기가 낮아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수퍼비전에서 선생님이 '그분을 보면 누가 떠오르냐'고 물으셨을 때 바로 답이 나왔습니다. 오랫동안 힘들어하던 제 가족이었어요. 그 사람을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려 애쓰던 예전의 제가 상담실에 들어와 있었던 겁니다.
알아차린 뒤에 한 것
- 그 회기 전에 5분, '이분은 그 사람이 아니다'를 속으로 확인하기
- 회기 중 조급함이 올라오면 그걸 신호로 삼아 말을 멈추고 질문 하나만 하기
- 숙제를 줄이고, 내담자분이 원하는 속도를 직접 여쭤보기
- 제 이야기는 수퍼비전과 개인 상담에서 따로 다루기
신기하게 제가 느려지니 내담자분이 먼저 '사실 숙제가 부담스러웠어요'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할 수 있는 관계가 된 게 그동안의 어떤 숙제보다 컸던 것 같습니다.
역전이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정보라는 걸 머리로는 알았는데, 이번에 몸으로 배웠네요. 선생님들은 어떤 신호로 알아차리시나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