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귀퉁이를 접어 둔 문장 하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접으면 안 되는데, 저도 모르게 귀퉁이를 접었다가 다시 폈어요.
요즘 책을 잘 못 읽어요. 한 쪽을 읽고 나면 앞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다시 돌아가고, 그러다 덮게 돼요. 그래서 얇은 산문집을 한 권 빌려서, 하루에 딱 두 쪽씩만 읽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읽은 대목에 이런 뜻의 문장이 있었어요. 그대로 옮기지는 못하고 제가 기억하는 대로 적으면, 오늘 못 한 일보다 오늘 견딘 일을 세어 보라는 이야기였어요.
그 줄에서 한참 멈춰 있었어요. 저는 자기 전에 늘 못 한 일을 세거든요. 답장 못 한 메일, 미룬 빨래, 가지 못한 운동. 그렇게 세다 보면 하루가 통째로 낙제점이 돼요.
그날 밤에 처음으로 반대쪽을 세어 봤어요.
- 일어나기 싫었는데 일어났다
- 지하철에서 숨이 좀 답답했는데 내리지 않고 갔다
- 회의에서 지적받고도 오후 일을 했다
- 점심을 걸렀지만 저녁은 먹었다
- 전화하기 싫었는데 엄마 전화를 받았다
다섯 개나 되더라고요. 한 일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것들인데, '견딘 일'이라고 부르니까 목록에 들어갈 자격이 생겼어요.
그 문장이 저를 낫게 해 준 건 아니에요. 다음 날도 여전히 못 한 일이 먼저 떠올랐고요. 그래도 수첩 첫 장에 제 말로 바꿔서 적어 뒀어요. 자기 전에 한 번씩 봅니다.
책은 반납일이 다 돼서 한 번 연장했어요. 두 쪽씩 읽으니 오래 걸리네요 ㅋㅋ 그래도 끝까지는 가 보려고요.
요즘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으면 하나씩 나눠 주세요. 출처가 기억 안 나도, 본인 말로 바꿔도 좋아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