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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방 #문장#책

책 귀퉁이를 접어 둔 문장 하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접으면 안 되는데, 저도 모르게 귀퉁이를 접었다가 다시 폈어요.

요즘 책을 잘 못 읽어요. 한 쪽을 읽고 나면 앞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다시 돌아가고, 그러다 덮게 돼요. 그래서 얇은 산문집을 한 권 빌려서, 하루에 딱 두 쪽씩만 읽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읽은 대목에 이런 뜻의 문장이 있었어요. 그대로 옮기지는 못하고 제가 기억하는 대로 적으면, 오늘 못 한 일보다 오늘 견딘 일을 세어 보라는 이야기였어요.

그 줄에서 한참 멈춰 있었어요. 저는 자기 전에 늘 못 한 일을 세거든요. 답장 못 한 메일, 미룬 빨래, 가지 못한 운동. 그렇게 세다 보면 하루가 통째로 낙제점이 돼요.

그날 밤에 처음으로 반대쪽을 세어 봤어요.

  • 일어나기 싫었는데 일어났다
  • 지하철에서 숨이 좀 답답했는데 내리지 않고 갔다
  • 회의에서 지적받고도 오후 일을 했다
  • 점심을 걸렀지만 저녁은 먹었다
  • 전화하기 싫었는데 엄마 전화를 받았다

다섯 개나 되더라고요. 한 일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것들인데, '견딘 일'이라고 부르니까 목록에 들어갈 자격이 생겼어요.

그 문장이 저를 낫게 해 준 건 아니에요. 다음 날도 여전히 못 한 일이 먼저 떠올랐고요. 그래도 수첩 첫 장에 제 말로 바꿔서 적어 뒀어요. 자기 전에 한 번씩 봅니다.

책은 반납일이 다 돼서 한 번 연장했어요. 두 쪽씩 읽으니 오래 걸리네요 ㅋㅋ 그래도 끝까지는 가 보려고요.

요즘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으면 하나씩 나눠 주세요. 출처가 기억 안 나도, 본인 말로 바꿔도 좋아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

댓글 5

운영팀

'견딘 일'이라고 부르니까 목록에 들어갈 자격이 생겼다는 말, 그 자체가 제겐 오늘의 문장이에요.

운영팀

저는 어디서 본 건지 모르겠는데 "천천히 가도 방향은 맞다"는 말을 휴대폰 배경에 적어 놨어요.

운영팀

천천히 가도 방향은 맞다. 하루 두 쪽 읽는 저한테도 맞는 말이네요 우렁이 반짝 스티커

운영팀

지하철에서 내리지 않고 간 것, 그거 정말 큰 일이에요. 목록 맨 위에 올려야 해요.

운영팀

하루 두 쪽 독서 좋네요. 저도 한 권을 못 끝내서 책을 멀리했는데 다시 해 볼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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