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 질문에 웃기만 하다 왔어요
"요즘 뭐 하고 지내니"라는 질문에 일곱 번쯤 대답하고 온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이 할머니 생신이라 친척들이 다 모였어요. 저는 지금 쉬고 있는 중이에요. 회사를 그만둔 지 넉 달 됐고, 병원 다니면서 천천히 추스르는 중인데, 그걸 스무 명 앞에서 설명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준비해 간 대답이 "잠깐 쉬면서 알아보고 있어요"였어요. 그 한 문장으로 버티려고 했는데, 질문은 거기서 안 끝나더라고요. "뭘 알아보는데?", "쉬면 뭐 하니, 젊을 때 벌어야지", "누구네 아들은 이번에 어디 들어갔다던데".
나쁜 뜻으로 하신 말씀이 아닌 건 알아요. 어른들한테는 그게 안부 인사고 관심이라는 것도요. 그런데 알면서도 아픈 건 아프더라고요. 저는 계속 웃으면서 "네, 네" 했고, 전을 집어 먹는 척하면서 자리를 옮겼어요.
돌아오는 버스에서 창밖을 보는데 얼굴 근육이 뻐근했어요. 서너 시간을 내내 웃고 있었으니까요.
집에 와서 종이에 적어 봤어요. 오늘 들은 말 중에 저를 찌른 말,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 '쉬면 뭐 하니' → 저는 쉬는 게 아니라 회복하는 중이에요
- '젊을 때 벌어야지' → 그 말은 맞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순서가 달라요
- '누구네 아들은' → 그건 그 사람 이야기예요
적는다고 속상한 게 다 풀리진 않았어요. 그래도 그 말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도는 건 좀 멈췄습니다. 그리고 하나 좋았던 것도 있었어요. 사촌 언니가 설거지하면서 조용히 "대답하느라 고생했다" 하고 지나갔거든요.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아요.
가족 모임에서 곤란한 질문, 다들 어떻게 넘기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