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김치통이 냉장고 한 칸을 차지했다
택배 상자를 여는 순간 현관에 김치 냄새가 퍼졌습니다.
올해는 못 내려갔어요. 일이 겹쳐서요. 엄마가 '그럼 부칠게' 하시더니 정말로 큰 상자가 왔습니다. 김치통 두 개, 그 틈에 신문지로 싼 무 하나, 비닐에 든 들기름 한 병, 그리고 맨 위에 쪽 편지 대신 고무줄로 묶은 김 한 톳.
엄마는 편지 같은 걸 안 쓰세요. 대신 빈틈에 뭘 끼워 넣으십니다. 그게 엄마식 안부예요.
문제는 냉장고였어요. 1인용 작은 냉장고에 김치통 두 개가 들어갈 자리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예정에 없던 냉장고 정리를 했습니다.
- 유통기한 지난 소스 세 병 정리
- 언제 넣었는지 모를 반찬통 두 개 비우기
- 음료수를 문 쪽으로 옮기기
한 칸을 통째로 비우고 김치통을 넣었어요. 문을 열 때마다 빨간 뚜껑이 보입니다. 냉장고에 엄마가 한 칸 살고 있는 느낌이에요.
저녁에 갓 담근 김치를 꺼내 밥이랑 먹었어요. 아직 안 익어서 배추가 아삭하고 양념이 달았습니다. 못 내려가서 내내 미안했는데, 한 입 먹고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엄마가 '내년엔 와서 속 넣어라' 하셨어요. 혼내는 말인데 이상하게 편했습니다.
들기름은 무 볶을 때 쓰려고요. 무 볶는 법은 전화로 물어볼 생각이에요. 그것도 핑계 삼아 한 번 더 통화하게 되겠죠.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