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판 꺼내는 날의 의식
우리 집 겨울은 달력이 아니라 전기장판이 정합니다.
아침에 이불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가 도로 넣은 날, 그날이 꺼내는 날이에요. 올해는 어제였습니다.
옷장 맨 위 칸에서 돌돌 말린 장판을 꺼내면 작년 겨울 냄새가 나요. 섬유 유연제랑 먼지가 섞인 냄새요. 펼쳐서 접힌 자국이 없는지 보고, 전선이 꺾인 데가 없는지 손으로 쭉 훑어봅니다. 이건 엄마한테 배운 순서예요.
- 펼쳐서 한 번 털기
- 전선과 조절기 살펴보기
- 침대에 깔고 위에 얇은 패드 한 장
- 처음엔 낮은 단계로 10분 켜 보기
그리고 대망의 첫 개시. 씻고 나와서 미리 데워 둔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은 겨울이 주는 몇 안 되는 선물 같아요. 발끝부터 풀리면서 '아' 소리가 나옵니다.
다만 조심할 것도 있어요. 작년에 너무 따뜻해서 아침에 못 일어나는 날이 늘었거든요. 안 그래도 겨울 아침은 힘든데 장판이 저를 붙잡으니까요. 그래서 올해는 타이머를 맞췄습니다. 새벽에 꺼지도록요. 추워서 깨는 게 알람보다 확실하더라고요.
어젯밤엔 고양이가 먼저 올라가 한가운데를 차지했어요. 저는 가장자리에 붙어서 잤습니다. 겨울 내내 이 자리 싸움이 이어질 예정이에요.
여러분 집 겨울은 뭐가 알려 주나요? 귤 상자인 집도, 보일러인 집도 있겠죠.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