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었냐'에 사진으로 답했어요
엄마 전화는 늘 같은 질문으로 시작해요. 밥은 먹었냐.
그리고 저는 늘 '응, 먹었어'라고 답합니다. 실제로 먹었든 안 먹었든요. 안 먹었다고 하면 걱정이 길어지니까요. 그러면 엄마는 '뭐 먹었는데' 하고 묻고, 저는 대충 '그냥 이것저것' 하고 넘어가요. 통화는 3분이면 끝나고, 끊고 나면 둘 다 뭔가 못 한 말이 남은 기분이 들었어요.
어제는 마침 된장찌개를 끓여서 먹던 중이었어요. 전화가 오길래 받기 전에 밥상 사진을 한 장 찍어서 먼저 보냈습니다. 찌개 하나, 김, 계란프라이. 초라한 상인데요.
엄마가 전화 받자마자 '두부를 좀 크게 썰었네' 하시는 거예요 ㅋㅋ 그다음에는 '파는 마지막에 넣어야 한다', '멸치는 볶아서 넣었냐' 하고 이어졌고요. 평소 3분짜리 통화가 15분이 됐습니다.
신기했던 건, 걱정하는 얘기가 하나도 없었다는 거예요. 사진이 있으니까 엄마는 '잘 먹고 있구나'를 눈으로 확인하신 거고, 그러니 남은 시간은 찌개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거죠.
끊기 전에 엄마가 '다음에도 사진 보내라' 하셨어요. 그게 숙제처럼 들리지 않고 좀 좋았습니다.
부모님과 통화가 늘 같은 자리에서 맴돈다면, 사진 한 장을 먼저 건네 보는 것도 방법이더라고요. 다음엔 창밖 풍경을 보내 볼까 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