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러 내려가는 기차표를 끊었습니다
올해는 안 간다고 할 생각이었는데, 정신 차려 보니 예매 완료 화면이었어요.
엄마가 지난주에 전화로 '올해는 스무 포기만 한다'고 하셨거든요. 스무 포기만이라니요. 작년에 서른 포기 하고 허리 붙잡고 일주일을 고생하신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니죠 ㅋㅋ
솔직히 요즘 주말마다 누워만 있어서, 왕복 다섯 시간 기차를 타고 가서 배추를 버무릴 기운이 있을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좀 바빠서'라는 문장을 입에 물고 있었는데, 엄마가 먼저 그러시더라고요. '바쁘면 안 와도 돼. 통은 택배로 부칠게.' 그 말이 이상하게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조건을 걸고 가기로 했어요.
- 토요일 아침에 가서 일요일 점심 먹고 올라오기
- 저는 속 넣는 것만, 절이는 건 전날 아빠가
- 수육은 꼭 먹기
가서 종일 일하고 녹초가 될 걸 생각하면 벌써 지치는데, 김치 속을 배춧잎에 싸서 입에 넣어 주시는 그 한 입은 솔직히 기다려져요. 일 년에 한 번 먹는 맛이잖아요.
갈까 말까를 며칠 끌던 것보다, 표를 끊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가볍네요. 고무장갑은 제 손에 맞는 걸로 하나 사 가려고요. 본가 고무장갑은 늘 커서 속이 자꾸 들어가거든요.
다들 올해 김장 계획 있으세요? 사 먹는 분들도 손 들어 주세요. 그것도 훌륭한 계획입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