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 1년, 달력을 처음부터 넘겨 봤어요
작년 10월 달력 첫 칸에 '병원 첫날'이라고 적혀 있네요.
오늘로 딱 1년이에요. 기념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벽 달력 열두 장을 떼어서 바닥에 펼쳐 놓고 봤습니다. 저는 약 먹은 날 달력에 작은 동그라미를 쳐 왔거든요.
달력이 보여 준 것
- 10~12월: 동그라미가 듬성듬성. 빼먹은 날이 많았고 '속 불편', '졸림' 같은 메모가 있어요. 약을 한 번 바꿨던 시기예요.
- 1~3월: 거의 다 찼음. 진료가 2주 간격에서 4주 간격으로 바뀜.
- 4월: 일주일이 통째로 비어 있어요. 괜찮아진 것 같아서 혼자 안 먹었던 때예요. 그다음 주에 '다시 병원'이라고 적혀 있고요. 그때 꽤 힘들었습니다.
- 5~9월: 다시 꾸준히. 여름에 '용량 조정 상의'라는 메모.
4월의 빈칸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나요. 혼자 판단해서 끊고는 열흘쯤 지나 바닥으로 내려갔고, 병원에 다시 가는 게 창피해서 며칠을 더 버텼어요. 선생님은 혼내지 않으셨어요. '다음에 줄이고 싶으면 같이 계획 세워요'라고만 하셨습니다.
1년 전의 저는 약을 먹으면 몇 달 안에 끝날 줄 알았어요. 지금은 언제까지인지보다 지금 생활이 굴러가는지를 봐요. 출근하고, 밥 먹고, 주말에 빨래하고요.
약이 제 문제를 다 풀어 준 건 아니에요. 다만 문제를 들여다볼 기운을 조금 돌려준 것 같아요. 내일도 동그라미 하나 칩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