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남들 표정을 살피다 집에 오면 녹초예요
일은 별로 안 힘든데, 사람들 얼굴 읽느라 지쳐요.
사무실에 들어서면 저도 모르게 스캔을 시작해요. 과장님 오늘 기분이 어떤지, 옆자리 동료 인사가 평소보다 짧았는지, 단체방 답장에 이모티콘이 빠졌는지. 그런 걸 하나하나 모아서 '내가 뭘 잘못했나'로 연결합니다.
오늘은 점심때 동료가 메뉴 고르면서 한숨을 쉬었는데, 그게 제가 고른 식당이 마음에 안 들어서인가 싶어 밥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냥 아침에 집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대요. 저랑은 아무 상관이 없었던 거죠.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에요. 대부분은 제 짐작이 틀려요. 틀린다는 걸 아는데도 다음 날이면 또 스캔을 하고 있어요.
어릴 때 집 분위기를 살피며 자란 편이라 그게 몸에 밴 것 같기도 해요. 그때는 그게 필요했는데, 지금은 필요 없는 곳에서도 꺼지지 않는 경보기 같습니다.
집에 오면 말 그대로 방전이에요. 저녁도 못 먹고 누워 있다가 잠들어요. 주말에는 사람을 아예 안 만나고요.
눈치를 '덜' 보는 방법이 있을까요? 아예 안 보는 건 바라지도 않아요. 스위치를 조금만 낮추고 싶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