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늘 수세미 열 개째, 이제 줄 사람이 없다
목도리는 엄두가 안 나서 수세미부터 시작했는데, 멈출 수가 없어요.
한 달 전에 문구점에서 코바늘이랑 반짝이는 실 한 타래를 샀어요. 영상을 보면서 따라 했는데 첫 작품은 동그라미가 아니라 감자칩처럼 울었습니다. 두 번째는 너무 빡빡해서 접시처럼 섰고요. 세 번째부터 겨우 동그라미가 됐어요.
수세미가 좋은 건 금방 끝난다는 거예요. 40분이면 하나가 나와요. 요즘 뭘 해도 끝을 못 보는 기분이었는데, 손안에 완성된 게 하나 놓이니까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뜨는 동안에는 코 세는 것 말고 다른 생각을 못 해요. 하나, 둘, 셋, 늘리기. 하나, 둘, 셋, 늘리기. 걱정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저녁마다 드라마 틀어 놓고 하나씩 떠요.
지금까지 나눠 준 곳
- 엄마 두 개 (하나는 아까워서 못 쓰신대요)
- 옆자리 동료 한 개
- 아랫집 할머니 한 개
- 우리 집 싱크대 세 개
나머지 세 개는 서랍에 있어요. 더 뜨고 싶은데 줄 사람이 떨어졌습니다. 다음은 컵 받침에 도전해 볼까 해요. 네모는 또 다른 세계라던데요.
감자칩 1호는 기념으로 책상 위에 뒀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