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중에 졸음이 왔던 날을 고백합니다
오후 세 시 회기, 눈꺼풀이 내려오는 걸 허벅지를 꼬집으며 버텼습니다.
부끄러워서 한동안 아무에게도 말을 못 했어요. 내담자분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계셨고, 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속으로 '제발 버텨라'만 외고 있었습니다. 그 10분 동안 그분이 하신 말을 저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요. 그게 제일 죄송합니다.
처음엔 전날 늦게 잔 탓이라고 넘겼어요. 그런데 수퍼비전에서 조심스럽게 꺼냈더니 선생님이 두 가지를 다 보자고 하셨습니다. 몸의 이유와 관계의 이유요.
몸의 이유
- 그날 저는 점심을 10분 만에 먹고 쉬는 시간 없이 네 회기를 연달아 했습니다
- 상담실 환기를 안 해서 공기가 답답했어요
- 그 주에 사례 수가 평소보다 다섯 건 많았습니다
관계의 이유
- 그 내담자분은 감정 없이 사건만 길게 나열하시는 편이었어요
- 저는 그 말투를 따라 멍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분이 감정에서 멀어져 있는 만큼 저도 멀어진 것일 수 있다고요
- 졸음이 '지루함'이 아니라 '닿지 않음'의 신호였을 수도 있습니다
바꾼 것
- 회기 사이 10분은 무조건 비웁니다. 창문 열고, 물 마시고, 서 있어요
- 연속 회기는 세 개까지
- 점심 직후에는 가장 에너지가 필요한 사례를 넣지 않습니다
- 멍해지는 느낌이 올 때 '지금 이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느낌이 드세요?'로 방향을 틉니다
졸았다는 사실보다, 그걸 숨기고 혼자 넘기려 한 게 더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같은 경험 있으신 분, 저만 그런 거 아니죠...?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