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합의된 종결'을 해 본 날의 기록
그전까지 제 종결은 전부 '어느 날부터 안 오심'이었습니다.
수련 2년차까지 맡은 사례는 대부분 중간에 끊겼어요. 그게 제 탓 같아서 종결이라는 말만 나와도 위축됐습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내담자와 함께 날짜를 정하고, 마지막 회기까지 간 사례가 생겼어요.
16회기쯤 내담자분이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요즘은 여기 와서 할 말이 예전만큼 없어요.' 저는 순간 '내가 뭘 잘못했나'부터 떠올렸어요. 수퍼비전에서 그 얘기를 했더니 선생님이 웃으셨습니다. '할 말이 없어졌다는 게 꼭 나쁜 신호는 아니다. 그걸 같이 살펴보는 게 종결 작업이다.'
마지막 네 회기 동안 한 것
- 처음 오셨을 때 적은 목표를 같이 다시 읽었습니다. 이룬 것, 덜 이룬 것, 이제 중요하지 않게 된 것
- 힘들어질 때 알아챌 수 있는 본인만의 신호를 정리했어요
- 그 신호가 올 때 해 볼 수 있는 것 세 가지
- 다시 오고 싶을 때 오는 건 실패가 아니라는 것
- 마지막 회기에는 새 주제를 꺼내지 않고, 서로 소감을 나눴습니다
마지막 날 내담자분이 '선생님은 저 보내면 어떠세요?' 하고 물으셨어요. 준비 못 한 질문이었는데, '아쉽고, 그리고 좀 뿌듯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과했나 싶어 수퍼비전에 가져갔더니 그 정도는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문이 닫히고 나서 빈 의자를 한참 봤습니다. 허전한데, 처음 느끼는 종류의 허전함이었어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