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 기분 기록을 같이 보다가 제가 실수한 것
환자분이 휴대폰을 내밀며 '한 달 치 적어 왔어요' 하셨는데, 저는 낮은 날만 짚었습니다.
외래 수련 중입니다. 기분 기록 앱을 쓰시는 분이 늘어서 진료실에서 화면을 같이 볼 일이 생겼어요. 처음 받아 봤을 때 저는 그래프에서 푹 꺼진 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날 무슨 일 있으셨어요?'만 연달아 물었습니다. 세 번째쯤 환자분 어깨가 내려가는 게 보였어요. 시험 성적표를 검사받는 기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순서를 바꿔 보라고 하셨습니다.
바꾼 순서
- 먼저 적어 오신 것 자체에 감사 인사. 한 달을 적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 '직접 보시기엔 어떤 한 달이었어요?'를 먼저 묻기. 제 해석보다 본인 해석이 먼저
- 낮은 날보다 괜찮았던 날에 뭐가 달랐는지 먼저 보기
- 빠진 날은 캐묻지 않기. '적기 힘든 날도 있었겠네요' 정도로
- 화면은 환자분이 들고 계시게 하고, 제가 가져오지 않기
마지막 게 사소해 보이는데 꽤 다릅니다. 휴대폰을 제가 쥐면 그분의 기록이 제 자료가 되어 버리더라고요.
그리고 기록에 적힌 메모는 읽어도 되는지 먼저 여쭤봅니다. 보여 주려고 적은 게 아닌 문장도 섞여 있을 수 있어서요.
아직 시간 안에 다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 달 치를 3분에 보는 요령 있으신 분 계신가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