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에 붙어 있던 노란 메모 한 장
반차 쓰고 돌아온 자리에 '회의 자료 제가 올려놨어요. 천천히 하세요'라고 적혀 있었어요.
어제 오후에 병원 때문에 반차를 썼어요. 사유는 '개인 사정'이라고만 적었고요. 3시 회의 자료를 못 끝내고 나가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누구한테 부탁하기도 어려워서 '내일 아침 일찍 와서 하자' 하고 나왔어요.
오늘 평소보다 40분 일찍 출근했더니 모니터 귀퉁이에 노란 메모가 붙어 있었어요. 옆자리 동료 글씨였어요. 평소에 말을 많이 섞는 사이는 아니에요. 점심도 따로 먹고, 인사 정도만 하는 분이에요.
공유 폴더를 열어 보니 제가 만들다 만 표가 채워져 있었어요. 제가 쓰던 글꼴 그대로요. 티 안 나게 맞춰 주신 거예요.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기다리는데 그분이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시더니 먼저 '어제 일찍 가시길래요. 별거 아니에요' 하셨어요. 어디 갔다 왔냐고는 안 물으셨어요.
그 안 묻는 것이 메모만큼 고마웠어요. 설명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병원이라고 할지, 은행이라고 할지. 그 준비를 안 써도 됐어요.
점심에 그분 책상에 커피 한 잔 올려 뒀어요. 저도 메모를 붙였습니다. '잘 마셨어요'는 이상하니까 '덕분에 아침이 편했어요'라고요.
회사가 늘 버겁기만 한 곳인 줄 알았는데, 오늘은 조금 덜 그랬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