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액자를 걸었더니 우렁이가 우렁이를 봐요
벽에 우렁이 액자를 걸어 줬는데, 방 주인이 자기 초상화를 걸어 놓은 셈이라 볼 때마다 웃겨요.
벽장식은 그동안 벽시계를 쓰고 있었어요. 무난하니까요. 그런데 목록에서 우렁이 액자를 보고 '자기 방에 자기 사진을 거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서 바꿔 봤습니다.
결과: 자존감 높은 우렁이의 방이 됐어요.
여기에 황금 왕관까지 씌웠더니 완전히 '짐이 곧 이 방이니라' 분위기예요. 벽난로 옆에 서 있으면 어느 성의 성주 같아요. 바닥은 체크 타일, 벽지는 크림으로 맞췄어요.
근데 이걸 보다가 좀 엉뚱한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제 방에 제 사진이 한 장도 없거든요. 휴대폰 갤러리에도 제 얼굴은 거의 없어요. 찍히는 것도, 보는 것도 싫어한 지 오래됐어요.
우렁이는 자기 액자 앞에서 눌러도 '간지러워~' 하고 아무렇지 않아요. 자기 얼굴이 벽에 걸려 있는 게 당연한 애처럼요. 그게 좀 부러웠어요.
그래서 한 일은 별거 아니에요. 작년에 친구가 찍어 준, 그나마 덜 싫은 사진 한 장을 찾아서 휴대폰 즐겨찾기에 넣었어요. 벽에 걸진 못했고요. 즐겨찾기까지가 오늘의 한계입니다.
우렁이 액자는 당분간 안 바꿀 거예요. 자기를 걸어 놓고도 태연한 애가 방에 하나 있으니, 저도 조금씩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레벨은 8이고, 텃밭엔 토마토가 익어 가는 중입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