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를 세 번 연속 안 해 오신 내담자
기록지를 드렸는데 세 주 연속 '바빠서 못 했어요'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첫 주엔 괜찮다고 했고, 둘째 주엔 과제를 줄였고, 셋째 주엔 속으로 좀 답답했어요. '이분이 상담에 의지가 없나'라는 생각까지 갔습니다. 그 생각을 한 저 자신이 싫어서 수퍼비전에 가져갔어요.
수퍼바이저 질문은 이랬습니다. '그 과제는 누가 정했어요?' 제가 정했더라고요. 내담자는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고요.
그 뒤로 바꾼 것
- 과제는 회기 안에서 같이 만듭니다. '이번 주에 해 볼 만한 게 뭘까요'로 시작해요.
- 크기를 줄입니다. 하루 한 번 기록 말고, 일주일에 한 번, 한 줄.
- 회기 안에서 첫 번째 칸을 같이 써 봅니다. 방법을 몰라서 못 하신 경우가 꽤 있었어요.
- '못 할 것 같은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를 미리 묻습니다.
- 안 해 오셨을 때 '왜 안 했냐'가 아니라 '하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있었나'를 묻습니다.
마지막 질문에서 중요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분은 기록지를 펴면 자기가 얼마나 엉망인지 눈으로 보게 될 것 같아서 못 폈다고 하셨어요. 과제를 안 한 게 아니라, 과제가 건드린 게 있었던 겁니다. 그게 그 회기의 주제가 됐습니다.
과제를 안 해 오는 것도 자료라는 말을 책에서 읽을 땐 그냥 넘겼는데, 겪어 보니 맞는 말이네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