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선택을 후회한 날, 그리고 다시 붙잡은 이유
2년차 가을에 '다른 과를 갔어야 했나'라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계기가 큰 사건은 아니었어요. 석 달을 본 환자분이 처음 입원했을 때와 거의 같은 상태로 다시 오셨습니다. 그날 저녁에 다른 과 간 동기가 '오늘 수술 잘 끝났다'고 단체방에 올렸는데, 그게 그렇게 부러웠어요. 저 친구는 오늘 뭔가를 고쳤는데 나는 뭘 한 거지.
일주일쯤 그 생각에 잡혀 있었습니다. 출근이 싫었고 면담이 숙제 같았어요.
붙잡아 준 건 거창한 게 아니었습니다. 다시 오신 그분이 면담 중에 '그래도 이번엔 제 발로 왔어요'라고 하셨어요. 지난번엔 가족이 데리고 오셨던 분입니다. 제가 보기엔 제자리였는데, 그분한테는 다른 자리였던 거예요.
그 뒤로 생각을 좀 바꿨습니다.
- 이 과의 '좋아짐'은 제가 정한 모양으로 안 온다.
- 다시 오는 것 자체가 관계가 남았다는 뜻일 수 있다.
- 결과로 보람을 재면 오래 못 버틴다.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솔직히 지금도 가끔 흔들립니다. 그래도 그때처럼 일주일씩 가라앉지는 않아요. 후회가 드는 날은 그냥 '오늘은 그런 날'이라고 두고 일찍 잡니다.
같은 생각 해 본 분들 계신가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