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보다 연구가 재미있는 저, 이상한 걸까요
실습보다 데이터 볼 때 더 신나는 걸 인정하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상담 전공 석사 2학기예요. 사람을 돕고 싶어서 들어왔고, 당연히 졸업하면 상담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학기 실습을 해 보니 마음이 복잡해졌어요.
상담이 싫은 건 아니에요. 내담자분을 만나는 시간은 의미 있어요. 다만 회기가 끝나면 기운이 쭉 빠지고, 다음 회기 전날엔 긴장해서 잠을 설쳐요. 반대로 연구실에서 설문 자료를 정리하고 분석 돌릴 때는 시간 가는 줄 몰라요. 결과가 가설이랑 다르게 나와도 '왜지?' 하면서 오히려 재미있어요.
이걸 누구한테 말하기가 어려웠어요. 동기들은 다 수련 시간 채우는 얘기를 하는데 저만 딴 데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요. 사람 돕겠다고 와 놓고 숫자가 더 좋다고 하면 차가운 사람처럼 보일까 봐 걱정도 됐고요.
지난주 슈퍼비전 끝나고 슈퍼바이저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어요. 선생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상담이 잘 되려면 누군가는 무엇이 효과가 있는지를 연구해야 하고, 그것도 사람을 돕는 일이라고요. 그리고 실습 한 학기로 맞는지 안 맞는지 결론 내리기엔 이르다고도 하셨어요.
지금 정리한 생각
- 실습은 계속한다. 적어도 석사 동안은
- 대신 학위논문을 '졸업 요건'이 아니라 진짜 해 보고 싶은 연구로 잡는다
- 박사 진학은 논문을 써 본 다음에 정한다
- 연구와 실무를 같이 하는 길도 있다는 걸 알아본다
둘 중 하나를 당장 고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고 나니 좀 가벼워졌어요. 저 같은 분 또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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