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면담 전에 종이 한 장 준비해 갔더니
20분 면담이 처음으로 안 어색했어요.
저는 교수님 연구실 문 앞에만 서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이에요. 지난 학기에 진로 면담을 신청해 놓고 들어가서 "대학원을… 갈까 하는데요…" 하고 10분 동안 침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교수님도 뭘 도와줘야 할지 모르셨을 거예요.
이번엔 그러기 싫어서 A4 한 장을 만들어 갔어요.
종이에 쓴 것
1. 지금 상황 세 줄: 학년, 들은 전공 수업, 관심 분야
2. 고민 한 문장: "상담 쪽에 관심이 있는데 일반대학원과 교육대학원·특수대학원 중 어디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3. 내가 알아본 것: 선배 두 명에게 들은 얘기, 학과 홈페이지에서 본 것
4. 여쭤보고 싶은 질문 세 개
3번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알아보고 가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면 교수님도 일반론밖에 못 해 주시는데, 여기까지 알아봤다고 하니까 그다음부터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질문도 "대학원 가는 게 좋을까요"처럼 넓은 것 말고 좁혔어요. "학부 때 연구 경험이 없으면 지원할 때 많이 불리한가요", "이번 겨울방학에 해 두면 좋은 게 뭘까요" 같은 식으로요.
교수님이 종이를 보시더니 정리해 와서 고맙다고 하셨고, 방학 때 연구실 스터디에 들어와 보겠냐고 물어봐 주셨어요. 얼떨결에 한다고 했습니다.
메일로 면담 신청할 땐 용건을 미리 두세 줄 써서 보냈고, 끝나고 감사 메일도 짧게 드렸어요. 떨리는 건 여전했어요. 그래도 종이를 쥐고 있으니 손이 덜 허전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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