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조용히 보냈습니다
어제가 생일이었어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요.
메신저 생일 알림을 꺼 둔 지 몇 년 됐어요. 축하받는 게 싫다기보다, 축하에 밝게 답해야 하는 게 벅찬 해가 있더라고요. 올해가 그랬어요. '고마워!! 너도 잘 지내지?'에 느낌표를 찍을 기운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평소 같은 하루를 보냈어요. 출근했고, 점심에 김치찌개 먹었고, 퇴근했어요. 엄마한테서만 아침에 문자가 왔어요. '미역국은 먹었니.' 안 먹었는데 먹었다고 했어요.
퇴근길에 빵집 앞을 지나다가 멈췄어요. 진열장에 조각 케이크가 있었는데, 한참 보다가 그냥 지나쳤어요. 그러다 스무 걸음쯤 가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내 생일을 나까지 모른 척하는 건 좀 너무한 것 같아서요.
생크림 딸기 한 조각을 샀어요. 초는 안 받았어요.
집에 와서 접시에 옮기고, 포크로 먹었어요. 노래도 안 불렀고 소원도 안 빌었어요. 그냥 '올해도 여기까지 왔네' 하고 한 번 생각했어요. 그 말이 좀 대견하게 들리더라고요.
쓸쓸했냐고 물으면 조금은요. 그런데 억지로 떠들썩한 것보다는 편했어요. 케이크는 맛있었습니다. 내년에는 한 명쯤한테는 말해 볼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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