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끝나서 다행이라고 말해도 될까요
추석이 지나간 지 일주일인데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에요.
남들은 연휴가 짧다고 아쉬워하는데 저는 명절이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배가 아파요. 가족이 싫은 건 아니에요. 다만 큰집 거실에 앉아 있으면 질문이 날아오잖아요.
'요즘 뭐 하니', '만나는 사람은 있고', '얼굴이 왜 그러니, 살 좀 쪄야겠다'.
나쁜 뜻이 아니라는 건 알아요. 어른들 나름의 안부 인사라는 것도요. 그런데 요즘 제 상태로는 그 질문 하나하나에 답을 만들어 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쉬고 있다는 말을, 병원 다닌다는 말을, 아직은 꺼낼 준비가 안 됐거든요.
올해는 조금 다르게 해 봤어요.
- 당일 아침에 가서 저녁 먹기 전에 나옴 (전에는 1박 2일)
- 질문이 오면 '그냥 그래요, 큰아버지는 요즘 어떠세요' 로 되돌려 드림
- 중간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하고 15분 동네 걷기
- 전 부치는 자리에 붙어 있기. 손이 바쁘면 말을 덜 해도 됨
완벽하진 않았어요. 돌아오는 버스에서 좀 울적했고, 이틀은 누워 있었어요. 그래도 작년처럼 일주일을 앓지는 않았어요.
명절이 부담스러운 게 불효인 것 같아서 어디 말도 못 했는데 여기에는 적어 봅니다. 그래도 올해는 동그랑땡 서른 개 부치고 왔어요. 모양이 예쁘다고 칭찬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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