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담자 앞에서 머리가 하얘졌어요
50분 중에 기억나는 건 제 심장 소리뿐이에요.
대학원 실습으로 첫 상담을 했어요. 접수 면접 연습도 하고, 역할극도 수십 번 했는데, 진짜 사람이 앞에 앉으니까 전혀 다르더라고요.
내담자분이 이야기를 시작하셨는데 저는 '다음에 뭐라고 하지'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반영을 해야 하나, 질문을 해야 하나, 지금 침묵이 너무 긴가. 그러다 보니 정작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놓쳤어요. 중간에 '아 네…' 를 스무 번은 한 것 같아요.
끝나고 상담실 문을 닫고 한참 앉아 있었어요. 이 길이 나한테 맞나, 저분께 죄송하다,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슈퍼비전에서 들은 말
녹음을 들으며 얼굴이 화끈거렸는데, 슈퍼바이저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 '첫 회기에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끝까지 앉아 있었던 것부터가 한 거예요.'
- '다음 말을 준비하느라 못 듣는 건 초심자 누구나 겪어요. 한 회기에 한 가지만 연습합시다. 다음엔 내담자 말의 마지막 단어만 놓치지 말아 보세요.'
- '침묵은 선생님이 견디기 힘든 거지, 내담자에겐 생각하는 시간일 수 있어요.'
2회기 전에 준비한 것
- 회기 전 5분, 숨 고르기
- 메모지에 딱 한 줄: '듣기'
- 기법 목록은 서랍에 넣어 두기
2회기는 조금 나았어요. 여전히 서툴렀지만 내담자분이 하신 말이 기억에 남았어요. 그게 저한텐 큰 차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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