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환자 이야기가 귀에 안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면담 중에 '아, 또 이 이야기구나'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쉬는 날에도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환자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다음 처방을 계산하고, 보호자 전화가 오면 한숨부터 나오고요. 1년차 때 썼던 면담 노트를 우연히 봤는데, 그때는 환자분이 한 말을 따옴표로 길게 적어 놨더라고요. 지금 제 노트엔 증상 체크만 있습니다.
그게 좀 무서웠어요. 이 일을 좋아해서 왔는데.
치프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더니 놀라지 않으셨습니다. 본인도 3년차 때 그랬다고, 그건 사람이 나빠진 게 아니라 연료가 떨어진 신호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걸 같이 봐 주셨습니다.
- 연차를 묵히지 않고 이틀이라도 붙여 쓰기
- 유난히 힘든 케이스는 혼자 안 끌고 수퍼비전에 가져가기
- 일주일에 한 번, 진료와 상관없는 책 읽기
- 계속되면 저 자신도 진료를 받아 보기
아직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다만 '내가 이상해진 게 아니구나' 하는 것만으로 조금 덜 무겁습니다. 지난주엔 오랜만에 환자분 말을 따옴표로 한 줄 적었어요.
비슷한 시기를 지나신 분들은 어떻게 건너오셨나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