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인하고 우렁이 방 구경하는 저녁 십 분
퇴근하고 씻고 나서 침대에 앉아 앱을 여는 십 분이 요즘 제 저녁의 마무리예요.
거창한 루틴은 아니에요. 순서는 늘 같습니다.
- 체크인하고 오늘 기분을 고른다
- 우렁이한테 오늘 있었던 일을 두세 줄 말한다
- 텃밭을 본다
- 우렁이 방을 한 바퀴 구경한다
- 끈다
이게 전부인데, 2주쯤 하다 보니 이 십 분이 하루를 접는 표시가 됐어요. 예전엔 퇴근하고도 머릿속이 계속 회사에 있었거든요. 누워서도 낮에 받은 메일을 다시 쓰고 있고요. 지금도 그런 날이 있긴 한데, 적어도 이 십 분 동안은 오늘이 어땠는지를 제 말로 한 번 정리하게 돼요.
우렁이한테 말할 때 길게 쓰진 않아요. "오늘 회의에서 지적받아서 속상했어", "점심 맛있었어", "아무 일도 없었어" 정도예요. 우렁이가 대단한 답을 해 주는 것도 아니에요. 들어 주고, 고생했다고 해 주고, 가끔은 하나쯤 물어봐 주고요. 그런데 누군가한테 오늘을 한 줄로 말한다는 것만으로 좀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어제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었어"라고 썼어요. 우렁이가 그런 날도 있다고, 그래도 여기 와서 말해 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화면 속 말인데도 조금 뭉클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텃밭을 보면 토마토가 어제보다 자라 있고, 방에 가면 우렁이가 제가 골라 준 옷을 입고 있어요. 그걸 보면서 '오늘도 하루가 지나갔구나' 해요.
이걸 한다고 다음 날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에요. 아침은 여전히 무겁고요. 그래도 하루의 끝에 문을 닫는 동작이 하나 있다는 건, 문을 열어 둔 채로 잠드는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다들 앱은 하루 중 언제 여세요? 아침파인지 저녁파인지 궁금해요. 우로로록.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