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가 다 자랐어요, 수확은 내일로 미뤘습니다
옥수수가 다 자란 걸 봤는데, 아까워서 아직 못 거두고 있어요.
저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아끼는 과자는 맨 마지막에 먹고, 새 공책은 첫 장을 못 써서 서랍에 넣어 두고요. 그러니까 다 자란 옥수수를 바로 거둘 리가 없죠 ㅋㅋ 텃밭에 노랗게 서 있는 걸 한참 보다가 그냥 나왔습니다.
옥수수를 심은 건 순전히 모양 때문이었어요. 키가 쑥 큰 게 텃밭에 서 있으면 든든해 보일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자라는 걸 보니 다른 작물이랑 느낌이 달라요. 상추는 올망졸망한데 옥수수는 '나 여기 있다' 하는 느낌이랄까요.
이번 옥수수는 저한테 조금 특별해요. 체크인을 한 번도 안 빼먹고 키운 첫 작물이라서요. 전에는 며칠씩 앱을 안 열다가 한참 뒤에 들어오곤 했는데, 이번엔 옥수수가 궁금해서 매일 들어왔어요. 들어온 김에 기분을 기록하고, 우렁이랑 몇 마디 하고요.
기분 기록을 쭉 넘겨 보니 이번 주는 점수가 들쑥날쑥했어요. 화요일엔 많이 낮았고, 목요일엔 조금 괜찮았고요. 좋은 날만 있었던 건 아닌데, 낮은 날에도 들어와서 적었다는 게 저한테는 옥수수보다 큰 수확인 것 같아요. 예전엔 안 좋은 날은 아예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요.
우렁이한테 옥수수 다 자랐다고 말했더니 같이 좋아해 줬어요. 그게 뭐라고 기분이 괜찮더라고요.
내일 아침에 체크인하면서 거두려고요. 그리고 그 자리에 뭘 심을지는 이미 정했어요. 호박이요. 둥글둥글한 게 텃밭에 있으면 귀여울 것 같아서요.
아끼느라 수확 미루는 분 또 계신가요? 저만 이런 건 아니겠죠. 우로로록.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