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집 벽에 붙어 있던 손글씨 한 줄
떡볶이 먹으러 갔다가 벽에 붙은 종이 한 장 때문에 한참 앉아 있었어요.
회사 근처에 할머니 혼자 하시는 작은 분식집이 있어요. 테이블 네 개, 메뉴는 떡볶이·순대·어묵이 전부고요. 점심을 놓친 날 세 시쯤 가서 혼자 먹곤 합니다.
그 집 벽에는 달력 뒷장에 매직으로 쓴 글씨가 여러 장 붙어 있어요. '물은 셀프', '카드 됩니다'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지난주에 못 보던 종이가 하나 생겼더라고요.
"천천히 드세요. 뜨겁습니다."
그게 전부예요. 떡볶이가 뜨거우니까 조심하라는 안내문이죠. 그런데 그날은 그 여덟 글자가 저한테 하는 말처럼 읽혔어요.
오전에 일이 꼬여서 점심도 못 먹고, 오후 회의 자료는 반도 못 만든 상태였거든요. 십 분 안에 먹고 올라가야지 하고 젓가락을 급하게 놀리고 있었어요. 입천장을 델 뻔하고 나서야 그 종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천천히 드세요.' 그 말을 누가 저한테 해 준 게 언제였나 싶었어요. 회사에서는 다들 빨리, 오늘 안에, 지금 바로라고 하니까요. 제 머릿속 목소리도 늘 그렇게 말하고요.
그래서 그날은 이십 분을 앉아서 먹었어요. 어묵 국물도 한 컵 더 떠다 마시고요. 올라가서 보니 십 분 늦는다고 달라진 건 없더라고요. 자료는 어차피 그 속도로 만들어졌을 거고요.
계산하면서 할머니께 "저 글씨 새로 쓰셨네요" 했더니, 얼마 전에 학생 하나가 혀를 데어서 붙였다고 하셨어요. 별뜻 없이 쓰신 말인 거죠. 그런데 뜻 없이 쓰인 말이 더 깊이 들어올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휴대폰으로 그 종이를 찍어 왔어요. 요즘 급해질 때 한 번씩 봅니다. 길에서, 가게에서 우연히 본 문장 중에 기억나는 거 있으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