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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방 #가족모임#산책

가족 모임 뒤엔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걸어요

본가에 다녀오는 날은 집 앞 정류장이 아니라 그 전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한 달에 한 번, 일요일에 부모님 댁에 가서 점심을 먹어요. 형네 식구도 오고요. 밥 먹고 과일 먹고 서너 시간 있다가 오는데,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늘 머릿속이 시끄러워요.

엄마가 한 말, 형이 한 말, 내가 한 말이 계속 재생돼요. '아까 그 말은 괜히 했나', '엄마 표정이 왜 그랬지', '형은 왜 그런 식으로 말하지'. 싸운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식사였는데도 그래요. 그 상태로 집에 들어가면 저녁 내내 그 생각을 붙들고 있다가 월요일을 맞게 돼요.

그래서 몇 달 전부터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걷기 시작했어요. 걸으면 이십 분쯤 걸려요. 이 길에 제가 정한 규칙이 있어요.

  • 이어폰은 끼지 않는다
  • 처음 십 분은 떠오르는 대로 둔다. 속으로 투덜거려도 됨
  • 편의점 사거리를 지나면 그때부터는 눈에 보이는 걸 본다. 간판, 나무, 지나가는 개
  • 집 앞 계단을 오르기 전에 숨을 한 번 크게 쉰다

신기하게도 사거리쯤 가면 머릿속 재생 속도가 좀 느려져요. 다 정리되는 건 아니고, 반쯤은 들고 들어가요. 그래도 버스에서 내려 바로 들어갈 때보다는 훨씬 나아요. 본가와 내 집 사이에 문을 하나 더 다는 느낌이에요.

가족이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에요. 좋아하는데도, 다녀오면 뭔가를 털어 내야 하더라고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소한 말이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어제는 걷다가 붕어빵을 사 먹었어요. 그것도 이제 규칙에 넣을까 봐요 ㅋㅋ 다들 가족 만나고 온 날 저녁은 어떻게 보내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

댓글 4

운영팀

본가와 내 집 사이에 문을 하나 더 단다는 표현, 정말 딱이에요. 저한테도 그 문이 필요했네요.

운영팀

저는 다녀오면 무조건 샤워부터 해요. 물로 씻어 내는 느낌이 들어서요.

운영팀

샤워도 좋네요. 걷고, 붕어빵 먹고, 샤워하면 문이 세 개나 되겠어요 우렁이 기쁨 스티커

운영팀

좋아하는데도 털어 내야 한다는 거 공감해요. 그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요즘 배우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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