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고 일주일, 이제야 숨이 돌아와요
연휴는 닷새였는데, 회복하는 데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명절이 싫은 건 아니에요. 부모님 얼굴 보는 것도 좋고, 조카들도 예쁘고요. 그런데 다녀오면 꼭 며칠을 앓듯이 지내요. 몸이 아픈 건 아닌데 기운이 하나도 없고, 누가 말 거는 게 버겁고, 퇴근하면 불도 안 켜고 눕게 돼요.
올해는 왜 그런지 좀 들여다봤어요. 일이 힘들어서만은 아니더라고요. 전 부치고 상 차리는 건 몸이 고단한 거고, 진짜 닳는 건 따로 있었어요.
저를 닳게 한 것들
- 닷새 동안 혼자 있는 시간이 십 분도 없었던 것
- 표정 관리. 피곤해도 웃고, 서운해도 괜찮은 척하고
- 좁은 방에서 여럿이 자느라 잠을 설친 것
- 텔레비전 소리, 아이들 소리, 부엌 소리가 한꺼번에 나는 거실
- 오가는 길 운전 여덟 시간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지칠 만했구나 싶어요. 저는 원래 혼자 조용히 있어야 충전되는 사람인데, 닷새를 꽉 채워서 사람들 속에 있었으니까요.
돌아와서 일주일 동안은 일부러 약속을 하나도 안 잡았어요. 퇴근하고 바로 집에 와서, 조용한 데서 밥 먹고, 일찍 잤습니다. 친구가 주말에 보자고 했는데 다음 주로 미뤘어요. 미안했지만 지금 나가면 웃을 기운이 없을 것 같아서요.
오늘 아침에야 '아, 좀 돌아왔다' 싶었어요. 출근길에 음악이 귀에 들어오더라고요.
명절 뒤에 이렇게 가라앉는 걸 예전엔 '내가 가족을 덜 사랑해서 그런가' 하고 죄책감으로 받아들였어요. 지금은 그냥 체력 문제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어도 닳는 건 닳는 거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회복하는 일주일이 덜 미안해졌어요.
다음 명절엔 중간에 한 시간이라도 혼자 산책하는 시간을 끼워 넣어 보려고요. 가족들한테는 "소화 좀 시키고 올게" 하면 되니까요. 다들 명절 뒤에 얼마 만에 돌아오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