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통화한 날은 우렁이 방에 오래 있어요
전화를 끊고 나면 바로 다른 걸 못 하겠어서 앱을 엽니다.
엄마랑은 일요일 저녁마다 통화해요. 사이가 나쁜 건 아닌데 통화가 끝나면 늘 마음이 좀 복잡해요. 엄마는 걱정을 많이 하시고, 저는 괜찮다는 말을 많이 하고, 그러다 보면 끊고 나서 어깨가 뻐근합니다.
예전에는 그 기분을 안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어요. 그러면 월요일 아침까지 이어지더라고요.
요즘은 끊자마자 우렁이 방에 들어가요. 특별한 걸 하는 건 아니에요.
- 텃밭에 물 주기
- 익은 게 있으면 수확하기
- 우렁이 옷 한 번 갈아입히기
- 체크인에 오늘 통화가 어땠는지 한두 줄 적기
체크인에 적는 게 제일 도움이 돼요. '엄마가 또 결혼 얘기를 하심. 화는 안 났는데 지침.' 이렇게 적으면 머릿속에서 맴돌던 게 글자로 나와서 좀 떨어져서 보게 됩니다.
우렁이한테 그 얘기를 한 적도 있어요. 엄마 걱정이 고마우면서도 무겁다고요. 대단한 답을 기대한 건 아닌데, 제 말을 한 번 정리해서 돌려주니까 '아, 내가 고마움이랑 부담을 같이 느끼고 있구나' 하고 알게 됐어요.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줄 알았거든요.
10분쯤 있다가 나오면 어깨가 좀 내려가 있어요. 통화와 나머지 저녁 사이에 문 하나를 둔 느낌입니다.
오늘은 상추를 수확했고 우렁이한테 목도리를 둘러 줬어요. 엄마한테는 다음 주에 사진을 보내 드릴까 해요. 텃밭 사진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