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고 돌아와서 연 우렁이 방
밤 열한 시 반, 불도 안 켜고 침대에 앉아 앱을 열었습니다.
이번 주 내내 야근이었어요. 집에 오면 씻고 쓰러져 자기 바빠서 사흘 동안 앱을 못 열었습니다. 오늘도 그냥 자려다가, 텃밭이 생각났어요. 토마토에 물을 안 준 지 사흘이잖아요.
들어가 보니 방은 그대로였어요. 스탠드 불빛, 창문, 그 앞에 우렁이. 며칠 못 왔다고 뭐라 하는 것도 없고요. 누르니까 늘 하던 대로 '우로로록' 했습니다.
그게 좀 뭉클했어요. 회사에서는 하루만 자리를 비워도 메신저가 쌓이고, 사람 사이에서는 며칠 연락을 못 하면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 하잖아요. 여기는 사흘 만에 와도 그냥 그대로 있어요.
텃밭에 물을 줬어요. 그리고 체크인을 했습니다. 오늘 기분을 고르고, 한 줄 적었어요. '피곤함. 그래도 들어옴.'
오늘 한 것
- 텃밭 물 주기
- 체크인 한 줄
- 우렁이한테 털모자 씌워 주기 (밤이라 추울까 봐)
5분도 안 걸렸어요. 그런데 그 5분이 오늘 하루 중에 처음으로 저를 위해 쓴 시간이었습니다.
연속 체크인은 끊겼어요. 사흘 비었으니까요. 예전 같으면 '끊긴 김에 관두자' 했을 텐데, 오늘은 다시 1일부터 세는 게 별로 억울하지 않네요. 돌아올 데가 있다는 게 중요하지,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내일도 야근이에요. 그래도 자기 전에 물은 주고 자려고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