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 초대 세 개, 하나만 가기로 했어요
12월 달력에 동그라미가 세 개 생겼고, 그걸 보는 순간 숨이 좀 막혔습니다.
대학 동기 모임, 전 직장 사람들 모임, 동네 친구들 모임. 다 좋은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요즘 저는 사람을 한 번 만나고 오면 이틀을 누워 있어야 회복이 되거든요. 세 번이면 12월이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죠.
작년에는 다 갔어요. 안 가면 서운해할까 봐, 잊힐까 봐. 세 번째 모임에서는 웃고 있는데 속으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게 기억나요. 그건 그 자리 사람들한테도 미안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 가서 내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자리인가
- 다녀와서 '가길 잘했다'고 할 것 같은가
- 못 가도 다음에 따로 볼 수 있는 사이인가
이렇게 따져 보니 동네 친구들 모임 하나가 남았어요. 나머지 둘에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번엔 못 갈 것 같아. 다들 건강하게 연말 보내고, 새해에 밥 한번 먹자.' 보내기 전에 열 번쯤 고쳐 썼는데, 답장은 싱거웠어요. '아쉽네! 새해에 보자' 끝.
거절하면 관계가 끊길 것 같던 건 제 머릿속에서만 일어난 일이었나 봐요.
하나만 가기로 하니 그 하나가 기다려집니다. 세 개일 때는 셋 다 숙제 같았는데요. 12월 달력에 동그라미 하나, 그리고 빈칸이 넉넉해요. 그 빈칸이 지금은 제일 마음에 듭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