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목욕탕에 3년 만에 갔습니다
입구에서 열쇠 달린 고무줄을 받는 순간, 손목이 그 감촉을 기억하더라고요.
집 욕실이 좁아서 겨울이면 씻는 게 일이에요. 추워서 미루고, 미루다 보면 더 하기 싫어지고요. 그러다 골목 끝 목욕탕 굴뚝에서 김이 오르는 걸 보고 충동적으로 들어갔습니다.
토요일 오전 열 시. 손님은 저 포함 다섯 명쯤이었어요. 온탕에 발을 넣는데 '으어' 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옆에 계시던 어르신이 '뜨겁지?' 하고 웃으셨어요.
탕에 목까지 담그고 천장을 봤어요. 물방울이 맺혀 있다가 하나씩 떨어지더라고요. 휴대폰이 없으니 할 게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20분쯤 그러고 있었는데, 머릿속이 그렇게 조용했던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3년 만에 가서 알게 된 것
- 바나나우유는 여전히 냉장고 맨 앞줄에 있다
- 평상에 누워 선풍기 바람 쐬는 게 탕보다 좋을 수도 있다
- 나올 때 얼굴이 빨개져 있으면 바깥 공기가 달다
- 등은 긴 수건 하나면 혼자서도 밀 수 있다
나와서 바나나우유에 빨대를 꽂는데, 어릴 때 엄마 따라왔던 기억이 났어요. 그때는 뜨거운 물이 싫어서 울었는데 지금은 제 발로 왔네요.
집에 와서 낮잠을 두 시간 잤습니다. 몸이 풀리니까 잠도 순하게 오더라고요. 한 달에 한 번은 가 보려고요. 다음엔 삶은 달걀도 먹을 거예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