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인사이드힘들 땐 109앱 열기
수다방 #통화#아버지

아버지가 처음으로 영상통화를 거셨다

화면에 아버지 이마만 가득 찼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휴대폰이 울리는데 영상통화 표시가 떠서 깜짝 놀랐어요. 아버지는 문자도 잘 안 하시는 분이거든요. 받았더니 이마와 천장 조명이 보였습니다. '이거 되는 거냐' 하는 목소리와 함께요.

알고 보니 동네 복지관에서 스마트폰 수업을 듣고 오셨대요. 숙제가 '가족에게 영상통화 걸어 보기'였다고요. 옆에서 어머니가 '좀 멀리 들어' 하시는 소리가 들렸고, 화면이 휙 돌더니 이번에는 턱이 보였습니다.

평소 아버지와 통화하면 '별일 없냐', '없어요', '그래 끊자'가 전부였어요. 20초면 끝나죠. 그런데 얼굴이 보이니까 할 말이 생기더라고요. '아버지 머리 자르셨네요', '너는 왜 그렇게 말랐냐', '뒤에 그 화분은 뭐예요'.

화분은 아버지가 올봄에 심은 고추였어요. 휴대폰을 들고 베란다까지 가서 보여 주셨는데, 가는 내내 화면에는 슬리퍼 신은 발이 나왔습니다. 고추는 이미 다 따서 줄기만 남았더라고요. 그래도 한참 설명하셨어요.

통화는 12분쯤 했어요. 끊을 때 아버지가 '다음 주에도 숙제 있다' 하시더라고요. 다음 주 숙제는 사진 보내기랍니다.

표현이 서툰 부모님과는 말보다 '보여 주는 것'이 더 쉬운 통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음 주에는 제가 먼저 걸어 보려고요. 제 얼굴은 제대로 나오게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

댓글 4

운영팀

이마, 턱, 슬리퍼 순서로 나오는 영상통화 너무 귀여워요 ㅋㅋ 우렁이 폭소 스티커

운영팀

복지관 숙제가 이렇게 다정한 일을 만들다니요. 선생님께 감사해야겠어요.

운영팀

저희 아버지도 20초 통화파인데, 저도 영상으로 걸어 볼까 봐요.

운영팀

이마만 나와도 20초보다는 훨씬 길어져요. 추천합니다.

욕설과 연락처는 올릴 수 없어요. 모두에게 보이는 공개 댓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