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에서 사이다만 마신 후기
'저는 오늘 사이다로 할게요'를 말하는 데 3초, 연습하는 데 사흘 걸렸습니다.
요즘 몸 관리를 하느라 술을 안 마시고 있어요. 그런데 분기 회식이 잡혔습니다. 고깃집, 열두 명, 2차 예정. 공지가 뜬 날부터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돌렸어요. 왜 안 마시냐고 물으면 뭐라고 하지, 한 잔만 하라고 하면 어떻게 거절하지.
막상 가 보니 생각보다 싱거웠어요. 주문받을 때 '저는 사이다요' 했더니 팀장님이 '그래, 사이다 하나' 하고 넘어가셨습니다. 끝. 사흘 치 걱정이 3초 만에 정리됐어요.
물론 중간에 한 분이 '한 잔은 괜찮지 않아?' 하셨는데, '오늘은 이걸로 건배할게요' 하고 잔을 들었더니 그냥 웃고 마셨어요. 길게 설명하지 않는 게 요령인 것 같더라고요.
사이다 회식의 장점
- 고기 맛이 끝까지 느껴진다
- 다른 사람들 얘기를 끝까지 기억한다
- 집에 가는 길이 멀쩡하다
- 다음 날 아침이 평소와 같다
단점도 있어요. 다들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부터 저만 맨정신이라 조금 외롭습니다. 그리고 사이다 세 병은 배가 불러요.
2차는 안 갔어요. '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하고 인사하니 아무도 안 붙잡더라고요. 제가 걱정하는 것만큼 남들은 저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또 한 번 배웠습니다. 좋은 의미로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