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날 아침, 출근 시간이 한 시간 늦춰졌다
수험생도 아닌데 수능 날이 되면 괜히 저까지 일찍 눈이 떠집니다.
회사에서 올해도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늦춰 줬어요. 덕분에 평소보다 느긋하게 집을 나섰는데, 거리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버스 안이 조용하고, 학교 앞을 지날 때는 기사님이 속도를 줄이시더라고요. 교문 앞에 서 계신 어른들이 보였어요. 손을 모으고 있는 분도 있었고요.
그걸 보는데 십몇 년 전 제 수능 날이 생각났어요. 도시락 뚜껑을 열었더니 엄마가 평소에 안 싸 주시던 소고기뭇국이 보온통에 들어 있었거든요. 긴장해서 반도 못 먹었는데, 그 국 온도는 아직 기억나요.
그날 저는 시험을 썩 잘 보지 못했어요. 집에 와서 가채점하고 방문을 닫았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때는 그 하루가 제 인생 전부를 정하는 줄 알았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 뒤로도 정해야 할 것, 다시 해야 할 것이 훨씬 많았는데 말이에요.
오늘 시험 보는 분들한테 뭐라고 해 주고 싶은지 생각해 봤는데, 딱히 멋진 말은 안 떠오르더라고요. 그냥 끝나고 따뜻한 거 드세요 정도.
회사에 도착하니 다들 자기 수능 날 도시락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계란말이파, 김밥파, 저 같은 뭇국파. 한 시간 늦게 시작한 하루가 묘하게 다정했습니다.
여러분은 그날 도시락, 뭐였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