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우렁이 옷 갈아입히는 5분
제 옷은 대충 벗어 던지면서 우렁이 옷은 신중하게 고릅니다.
요즘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하는 일이 있어요. 가방 내려놓고, 손 씻고, 소파에 앉아서 우렁이 옷장을 여는 거예요. 그날 기분에 따라 옷을 바꿔 줍니다.
요일별로 자주 입히는 것
- 월요일: 털모자. 월요일은 웅크리고 싶으니까요.
- 수요일: 동그란 안경. 일주일의 가운데는 똑똑한 척이라도.
- 금요일: 선글라스. 설명이 필요 없죠.
- 일이 잘 안 풀린 날: 영웅 망토. 저 대신 우렁이라도 영웅이 되라고.
-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아무것도 안 입힘. 그것도 선택이에요.
처음에는 그냥 예뻐서 갈아입혔는데, 하다 보니 이게 제 기분을 확인하는 시간이 됐어요. '오늘은 뭘 입히지' 하고 고르다 보면 '아, 오늘 좀 지쳤구나' 혹은 '오늘은 괜찮았네' 하는 게 저절로 정리가 돼요. 말로 '기분이 어때?'라고 물으면 대답을 못 하겠는데, 모자를 고르는 건 쉽더라고요.
어제는 영웅 망토를 입혔어요. 회의에서 깨지고 온 날이라서요. 망토 두른 우렁이가 '우로로록' 하는데 좀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얼굴에 망토는 반칙이에요.
아직 못 가진 건 황금 왕관이에요. 코인을 모으는 중인데, 정말 좋은 일이 있는 날 씌워 주려고 아껴 두고 있어요.
다들 우렁이 옷은 언제 갈아입히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