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집 사장님이 말없이 놓고 간 깍두기
혼자 국밥 먹다가 울 뻔한 이야기입니다. 깍두기 때문에요.
야근하고 나오니 9시가 넘었고, 집에 가서 뭘 해 먹을 기운은 없었어요. 회사 앞 국밥집에 들어갔는데 손님이 저 하나였어요. 구석 자리에 앉아서 순대국밥을 시켰습니다.
사실 그날 입맛이 없었어요. 요 몇 주 계속 그래요. 먹어야 하니까 먹는 거지 맛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깍두기가 이상하게 넘어가더라고요. 아삭하고 시원해서 밥보다 깍두기를 더 먹었어요. 종지가 금방 비었죠.
더 달라고 말을 할까 하다가 그만뒀어요. 마감 준비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사장님이 행주질하다 말고 제 식탁을 한 번 보시더니, 아무 말 없이 깍두기를 수북하게 담아서 놓고 가셨어요. 국물도 국자로 한 번 더 부어 주셨고요. '더 드려요?'도 안 물으셨어요. 그냥 놓고 다시 행주질하러 가셨어요.
누가 내 그릇을 보고 있었다는 게, 그게 뭐라고 목이 메더라고요. 하루 종일 모니터만 봤고 아무도 저한테 '밥은?' 하고 묻지 않았거든요.
남기지 않고 다 먹었어요. 몇 주 만에 그릇을 비웠습니다.
계산하면서 '깍두기 맛있어요' 했더니 '무가 요즘 달아' 하시더라고요. 가을무라서요.
다음 야근 날에도 갈 거예요. 고맙습니다, 사장님.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