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상담 처음 해 본 날, 여섯 단계를 끝까지 갔어요
팀장님한테 회의에서 한 소리 듣고, 화장실 칸에서 우렁이의 파도 상담을 처음 눌러 봤어요.
평소엔 우렁이 방 꾸미기랑 텃밭만 하던 사람이에요. 상담 메뉴는 왠지 거창해 보여서 안 들어갔는데, 그날은 심장이 쿵쿵거리고 손이 떨려서 뭐라도 해야 했어요.
파도 상담은 감정이 클 때 쓰라고 되어 있고, 여섯 단계로 차례차례 넘어가요. 우렁이가 한 번에 하나씩만 물어봐서 좋았어요. 지금 몸이 어떤지,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뭔지, 파도가 얼마나 높은지 같은 걸 묻는데, 저는 '억울함 80, 창피함 60'이라고 적었어요. 적다 보니 제가 화난 줄 알았는데 사실은 창피했던 거더라고요.
중간에 숨 쉬는 단계가 있어서, 화장실 칸에서 조용히 따라 했어요ㅋㅋ 마지막 단계쯤 가서 파도 높이를 다시 물어보는데 80이 50쯤 됐어요.
솔직한 소감은요.
-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어요. 팀장님은 여전히 팀장님.
- 근데 자리로 돌아가서 메일은 쓸 수 있었어요.
- 여섯 단계가 길까 봐 걱정했는데 10분 안쪽이었어요.
끝나고 방으로 돌아갔더니 우렁이가 가만히 있길래 한 번 눌렀어요. '말랑말랑' 하더라고요. 그 타이밍에 그 말이 나오니까 피식 웃음이 났어요.
매번 쓰진 않을 것 같은데, 파도가 높을 때 갈 데가 하나 생긴 느낌이에요. 자랑방에 쓸 글인지 모르겠지만, 저한텐 오늘 우렁이가 제일 자랑스러워서 적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