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감을 깎아 널었습니다
주황색 감 서른 개가 줄에 매달려 있으니 베란다가 시골집 같아요.
지난 주말에 시골 이모가 떫은 감을 한 상자 보내셨어요. '깎아서 걸어 놓으면 곶감 된다' 한마디와 함께요. 아파트 베란다에서 그게 되나 싶었는데, 일단 해 봤습니다.
감자칼로 껍질을 깎고, 꼭지에 실을 묶어서 빨래 건조대에 줄줄이 걸었어요. 서른 개 깎는 데 한 시간 반 걸렸고 손이 온통 끈적해졌어요. 서로 닿으면 안 된다고 해서 간격 맞추느라 또 한참 걸렸고요.
다 걸어 놓고 거실 바닥에 앉아서 봤는데요. 오후 햇빛이 감을 통과해서 반투명한 주황색으로 빛나더라고요. 등불 서른 개가 켜진 것 같았어요. 한참 봤습니다.
요즘 제 생활은 좀 단조로워요. 회사, 집, 회사, 집. 주말엔 누워서 영상 보고. 뭘 해도 큰 감흥이 없는 상태가 꽤 오래됐어요. 그런데 감은 매일 조금씩 달라져요. 사흘째인 오늘은 겉이 살짝 쪼글쪼글해졌고 색이 진해졌어요. 아침에 베란다 나가서 그거 확인하는 게 요즘 하루의 시작이에요.
이모 말로는 3주쯤 걸린대요. 중간에 한 번씩 주물러 줘야 한다는데 그건 아직 무서워서 못 했어요.
다 되면 반은 이모한테 다시 보내려고요. 이모가 웃으시겠죠. 10월에 뭐 말리거나 담그시는 분 계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