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2년 차, 오늘 들깨를 털었습니다
막대기로 들깨 단을 두드리는데 고소한 냄새가 마당에 가득 찼어요.
도시에서 15년 회사 다니다가 재작년에 내려왔어요. 내려온 이유는 길게 쓰면 한참인데, 짧게 줄이면 '더는 못 하겠어서'였어요. 출근길 지하철에서 숨이 가빠지는 날이 늘었고,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그러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시골 오면 다 나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첫 해 겨울은 정말 길었어요. 아는 사람도 없고, 해는 다섯 시면 지고, 보일러 기름값은 무섭고. 병원은 읍내까지 버스로 사십 분이라 한 달에 한 번 날 잡아서 가요.
그래도 2년 차가 되니까 손에 익는 게 생겨요. 오늘은 옆집 어르신이 알려 주신 대로 들깨를 털었어요. 파란 천막을 깔고, 말려 둔 단을 눕혀 놓고, 막대기로 톡톡 두드려요. 세게 치면 안 되고 달래듯이 쳐야 한대요. 까만 알이 천막 위로 우수수 떨어지는데 그 소리가 좋아서 한참 했어요.
다 털고 나니 반 말쯤 나왔어요. 어르신은 '첫 농사치고 많네' 하셨지만 표정은 '에게' 였습니다 ㅋㅋ
도시에서는 하루 종일 일해도 손에 남는 게 없었는데, 오늘은 자루 하나가 남았어요. 그게 좋았어요.
귀촌이 답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에요. 여기서도 가라앉는 날은 있어요. 그냥 오늘 냄새가 좋아서 적어 둡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