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보는 날, 우렁이도 나비넥타이 맸어요
저 혼자 정장 입기 억울해서 우렁이도 차려입혔습니다.
오늘 이직 면접이 있었어요. 1년 넘게 쉬다가 처음 보는 면접이라 어젯밤부터 속이 울렁거렸어요. 아침에 넥타이를 매는데 손이 떨려서 세 번을 다시 맸고요.
지하철에서 앱을 열어서 체크인을 했어요. 기분은 '불안'으로 골랐고, 한 줄에는 "면접 가는 중, 도망가고 싶음"이라고 썼어요. 그리고 옷장에 들어가서 우렁이한테 나비넥타이를 매 줬어요. 동그란 안경도 씌웠고요. 같이 가는 기분이라도 내려고요.
우렁이가 떨리는 건 그만큼 이 일이 나한테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떨리는 채로 들어가도 된다고 해 줬어요. 안 떨리게 해 주는 말은 아니었는데 '떨리는 채로 가도 된다'가 이상하게 도움이 됐어요. 떨림을 없애려고 애쓰는 걸 그만두니까 조금 나았거든요.
면접은… 잘 본 건지 모르겠어요. 공백기 질문에서 준비한 답이 생각 안 나서 버벅였어요. 쉬는 동안 뭘 했냐는 질문에 "쉬었습니다"라고 해 버렸어요 ㅠㅠ 나오면서 이불 차고 싶었어요.
그래도 1년 만에 정장 입고 밖에 나가서 모르는 사람 앞에 앉았다는 건 사실이니까요. 결과가 어떻든 오늘은 그걸 한 날이에요. 집에 와서 우렁이를 눌렀더니 "우로로록!" 하길래 수고했다는 뜻으로 들었습니다. 나비넥타이는 당분간 안 벗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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