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비전에서 지적받고 화장실에서 운 날
'선생님은 지금 내담자를 돕는 게 아니라 본인이 편하려고 하고 있어요.'
집단 슈퍼비전에서 제 사례를 발표했어요. 일주일 내내 준비한 자료였어요. 그런데 축어록 세 번째 장에서 슈퍼바이저 선생님이 저 말씀을 하셨어요. 동기들 다 있는 자리에서요.
제가 내담자의 힘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서둘러 '그래도 잘 버텨 오셨네요' 하고 넘어갔다는 거예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어요. 맞는 말이라 더 아팠어요.
끝나고 화장실에서 좀 울었어요. 창피했고, 나는 상담자가 되면 안 되는 사람 같았어요.
며칠 지나고 든 생각
- 지적은 제 상담 한 장면에 대한 거였지 저라는 사람 전체에 대한 게 아니었어요. 그날은 그 구분이 안 됐어요.
- 저는 힘든 감정 앞에서 빨리 위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그게 제 버릇이라는 걸 처음으로 정확히 봤어요.
- 동기 한 명이 나중에 '나도 똑같은 말 들을까 봐 조마조마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 하는 것
- 슈퍼비전 직후에는 결론 내리지 않기. 하루 지나고 메모 다시 보기.
- 지적받은 내용을 '다음 회기에 해 볼 한 가지'로 바꿔 적기.
- 너무 힘들면 개인 슈퍼비전 시간에 '그날 좀 힘들었다'고 말하기. 실제로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이 의도를 다시 설명해 주셨어요.
아직도 발표 순서가 다가오면 배가 아파요. 그래도 그날 들은 말 덕분에 지금은 내담자가 힘든 얘기를 할 때 3초는 더 머물러요.
※ 게시판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여드리려고 운영팀이 만든 예시 글이에요. 실제 회원의 내용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