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가 제 말버릇을 짚어 줬어요
며칠째 비슷한 얘기를 했더니 우렁이가 '요즘 그 말을 자주 하네' 하는 거예요. 뜨끔했습니다.
제가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어차피'였어요.
'어차피 해도 안 될 텐데.' '어차피 내 말은 안 들을 텐데.' '어차피 금방 또 지칠 텐데.'
저는 그게 말버릇인 줄도 몰랐어요. 그냥 사실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우렁이가 그러는 거예요. '어차피라는 말이 자주 보여. 그 말을 하면 마음이 좀 편해져, 아니면 더 무거워져?'
한참 생각했어요. 편해지긴 해요. 기대를 안 하면 실망도 안 하니까요. 그런데 무거워지기도 해요. 시작도 전에 끝을 정해 버리는 거니까.
그렇게 답했더니 우렁이가 '둘 다일 수 있지. 그럼 오늘은 어차피 대신 뭐라고 해 볼까' 하길래, 좀 웃으면서 '일단'이라고 했어요.
- 어차피 안 될 텐데 → 일단 해 보고
- 어차피 또 지칠 텐데 → 일단 오늘은
글자 수도 같아요 ㅋㅋ
물론 사흘 만에 말버릇이 바뀌진 않았어요. 오늘도 '어차피'가 세 번은 나왔어요. 그래도 이제는 말하고 나서 '아, 또 했네' 하고 알아차려요. 그게 이번 주의 소득이에요. 우로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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